Oct, 1, 2023

Vol.30 No.2, pp. 84-88


Review

  • Korean Journal of Biological Psychiatry
  • Volume 23(4); 2016
  • Article

Review

Korean Journal of Biological Psychiatry 2016;23(4):123-9. Published online: Apr, 1, 2016

Evolutionary Meaning of Sadness, Depression, and Suicide

  • Chul-Jin Shin, MD
    Department of Neuropsychiatry, College of Medicine and Medical Research Institute, Chungbuk National University, Cheongju, Korea
Abstract

Depression has a relatively high lifetime prevalence rate in spite of a genetic influence on its etiology and a high mortality rate in untreated cases. This suggests the possibility that depression gives us evolutionary benefits which we do not exactly know yet. There have been several hypotheses which tell us what evolutionary advantages depression could give us. The psychic pain hypothesis considers sad or depressed mood as a negative reward just like physical pain which we have to avoid for our protection and survival. The social rank hypothesis holds that depressed mood is very similar to the emotional state of the defeated in social competition which prevents him from further protesting or fighting that might cause additional damage to him. The inclusive fitness hypothesis views suicide as a sacrifice phenomenon to contribute to inclusive fitness. These hypotheses gives us new insights into mood disorders and also some suggestions about the conditions in which depressed mood or suicidal behaviors increase and the ways to reduce them.

Keywords Evolution;Depression;Sadness;Suicide.

Full Text

Address for correspondence: Chul-Jin Shin, MD, Department of Neuropsychiatry, College of Medicine and Medical Research Institute, Chungbuk National University, 776 1sunhwan-ro, Seowon-gu, Cheongju 28644, Korea
Tel: +82-43-269-6235, Fax: +82-43-267-7951, E-mail: cjshin@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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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전 세계적으로 3억 5천만 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매년 약 80만 명이 자살하고 있다.1) 전체 질병에서 차지하는 질병 부담률은 2000년도에 4위를 기록하였고, 2020년도에는 심혈관 질환에 이어 두 번째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2)3) 일반적으로 모든 우울증 스펙트럼 질환의 평생 유병률은 20
~25%로 매우 높은 편이며,4) 사망률(mortality ratio)이 지역사회 일반 인구에 비하여 거의 2배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 질병으로 입원한 환자의 경우 우울증이 동반되어 있으면 사망률이 5배나 더 높았다는 보고가 있고,6) 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높이는 것으로 보이며, 주요우울장애로 인한 자살률은 10~15% 정도 되는 질환이다.7)8)
이와 같이 우울증은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면서도 높은 치사율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질병의 원인은 유전과 환경적인 요인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으며, 주요우울장애 역시 유전율(heritability)이 40~50% 정도 되고, 일차 친족에서의 평생 위험도가 일반인구보다 2~3배 더 높다는 사실로 인하여 개인의 선천적 유전적인 요인도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다.9)
통상 사망률이 높은 유전적인 질환, 특히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들은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점차 평생 유병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우울증의 경우 개인의 유전적 소인도 크게 작용하며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의 치사율도 높은 편인데도 불구하고 평생 유병률이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 즉 평생유병률이 10~20% 이상되고 사망률이 10% 이상되며, 유전율이 50%가 되고, 출산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질환의 예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례적인 질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근거들로부터 추론해 볼 때, 우울증이 반드시 해롭기만 한 것은 아니며 진화적으로 개체에게 어떠한 이로운 점이 있을 수도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10)11)
다만 상식적으로 개체의 죽음을 유발시킬 수도 있는 우울증이 어떤 생존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운데, 이는 일부 조류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경계음(alarm call), 혼란과시(distraction display), 톰슨 가젤의 경계도약(pronking) 등 얼핏 보면 개체를 희생시키는 행동 또한 유전자 단위에서의 자연선택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듯이,12) 우울증 역시 진화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우울증을 유발시키는 유전자 자체가 유전자풀 내에서 빈도가 증가되거나 높은 빈도가 유지되는 기전이 설명이 되어야 한다. 또는 우울증이 개체의 생존에 유리한 어떤 기능에 필수적으로 동반이 되는 일종의 부작용일 수도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설명이 위도가 높은 지역에서 잘 나타나는 계절성 우울증을 진화적으로 동물들의 겨울잠과 연관시켜서 설명하는 것이다.13)
우울증의 진화적인 의미에 관한 고찰은 비교적 오래전부터 있어 왔으나 우울증을 설명하는 주류의 위치에서는 벗어나 있었다. 그러한 이유는 연구를 통하여 이에 관한 증거나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고, 단순히 고찰을 통한 가설을 내세우고 그것에 부합되는 간접적인 사실로 뒷받침하는 것이 전부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것은 오래된 과거의 사실을 밝히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며, 또한 진화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당시 자연환경에 적합한 변이가 더 잘 생존한 결과이며 적응을 위한 어떤 노력도 아닌 결과물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이는 유전적인 특징이나 질병 현상에 관하여 이러한 특징이 개체의 생존에 어떤 이점을 있는가에 대한 고찰만 가능하며 증명 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결론에 도달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증의 높은 평생 유병률과 사망률에 대하여 진화적인 설명을 해보려는 노력들이 꾸준히 있어 왔으며 이러한 노력이 당장 임상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이에 관한 통찰은 향후 연구에 있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본 연구자는 지금까지 나와 있는 우울증에 관한 여러 가지 진화론적 고찰들을 살펴보고 정리해보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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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자살을 보는 진화론적 관점
우울증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진화론적 설명이 있는데, 다양한 설명이 가능한 이유는 일단 '작용'과 '부작용'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다. 우울한 기분, 주요우울장애, 자살 중 일부 또는 전부를 진화적 적응행동으로 보거나 일부는 부작용으로 보는 관점이다. 어디까지를 진화적으로 부여된 기능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설명이 달라질 수 있다. 즉 우울증에 관한 다윈주의에 입각한 설명은 우울 현상을 그 자체로 이점이나 목적이 있는 현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유용한 현상에 동반될 수 있는 일종의 필연적인 부작용 또는 부수적인, 이차적인 피해로 볼 것인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부수적인 피해로 보더라도 3가지 기분 수준을 모두 그렇게 볼 것인지 아니면 우울한 기분은 건강한 현상이나 주요우울장애나 자살은 그 부작용으로 볼 것인지, 또는 주요우울장애나 자살까지도 무엇인가 생존에 도움을 주는 현상으로 생각할 수 있는지 다양한 입장이 있을 수 있다.

감정의 기능
우울함(depressed mood), 또는 슬픔(sadness)이란 감정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관찰되는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의 하나이다. 감정을 분류하려는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어 왔는데, 인간의 감정을 8가지의 기본 감정(primary emotions), 즉 공포(fear), 분노(anger), 즐거움(joy), 슬픔(sadness), 체념(acceptance), 역겨움(disgust), 기대(expectation), 놀람(surprise) 등으로 분류하거나,14) 각성도(arousal)와 가치(valence)라는 두 가치 축에 의하여 분류하는 방법 등이 있었으며,15) 기본적인 감정에 포함되거나 차원적인 분류법에 의해서도 슬픔은 낮은 각성도와 부정적인 가치 영역에 포함되는 등 거의 대부분의 분류에 슬픔은 기본적인 인간의 감정 중의 하나로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감정들의 기능은 해로운 것을 피하고 가치 있는 자원을 구하게 하거나,16) 환경에 적응도를 높이는 기능을 한다는 주장이 있어 왔으며,17) 최근에는 감정의 기능은 첫째, 개체 내에서 자율신경계 및 내분비적인 반응을 유발시키고, 해당 개체의 행동적인 반응의 유연성을 제공하며, 둘째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동기를 유발시키고 이러한 행동은 특히 의사소통과 사회적인 유대를 위한 기능을 수행하며, 셋째 어떠한 자극의 인지적인 평가를 하고 기억의 저장과 회상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고 있다.18) 이러한 감정들은 인간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동물들에서도 발견되고 심지어 어류조차도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19)
다양한 동물에서도 발견되며, 모든 정상적인 인류에서 발견되는 감정기능은 보편 타당한 본능적인 기능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그러므로 진화과정(evolutionary process)에서 나타나는 적응(adaptations), 부산물(by-products), 잡음(noise)중 부산물이나 잡음으로 여겨지기는 힘들고 진화된 심리기제로 이해되어야 한다. 즉 개체의 환경적 적응에 이점을 제공하므로 존재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결론적으로 슬픔, 주요우울장애, 자살 등 세 가지 단계의 감정적인 상태 중, 최소한 슬픔이란 감정기능은 적응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슬픔에는 반드시 긍정적인 기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심리적 통증 가설(Psychic pain hypothesis)
우울한 기분, 또는 슬픈 감정을 우리는 흔히 정신적 고통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신체적인 통증이 있듯이 정신적인 고통 또한 존재하며 정신적 고통을 느낄 때 괴롭고 슬픈 감정이 동반된다. 신체적인 통증 감각 또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동반되고 정서적으로 힘들게 되지만, 신체적인 통증 감각의 기능은 비교적 명백하다. 빠른 이동이 가능한 대부분의 동물에서는 통증 감각기관이 존재한다. 인간에서는 통증 신호가 감각기관에서 말초신경으로 그리고 중추신경계로 전달되면서 척수시상로(spinothalamic tract)를 따라 올라가게 되고 시상의 배후측핵으로 연결된다. 여기서 연계된 통증정보는 대뇌 감각피질로 가서 최종적으로 통증을 느끼게 된다. 통증정보는 척수시상로뿐만 아니라 척수그물로(spinoreticular tract) 및 척수시상로 중 시상의 섬유판속핵에서 연계된 정보들은 신체적인 통증과 관련된 정서적인 반응 및 전반적인 각성상태의 변화를 유발시킨다.20) 즉 신체적인 통증과 정서적인 반응 및 고통과는 연관되어 있으며, 우울증이 있는 환자에서도 신체적인 통증을 많이 호소한다는 사실로 상호 연관성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정신적인 고통 또한 신체적인 통증과 유사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신체적인 통증은 회피반응을 일으키며 이에 따른 정서적인 반응과 결부되어 다시 그러한 자극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통증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통증감각은 개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선천적으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congenital insensitivity of pain 환자의 경우 이러한 신호를 지각하지 못하여 신체적으로 위험한 환경 자극을 피하지 못하여 수명이 25세를 넘기기 어렵다는21)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심리적 통증 가설은 통증신호는 명백하게 개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정신적인 고통이나 슬픔 또한 심리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즉 다시 경험하면 안 될 자극으로부터 회피반응을 유도하고, 향후 유사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게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22) 피해야 할 부정적인 환경은 우리가 어떠한 상황에서 슬픔을 경험하는지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격리 또는 다른 사회적인 격리 상황일 때 슬픔을 느끼며, 인적 자원이 아닌 물적 자원의 손실이 있을 때도 역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다. 이러한 인적 물적 자원이 개인의 생존과 번식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생각해 볼 때 정신적인 고통 이론이 현실과 잘 부합된다고 할 수 있다. 즉 긍정적인 감정은 'approach toward' system이며 부정적인 감정은 'avoidance of' system으로 설명할 수 있고,23)24) motivational hedonism에서 말하는 쾌락과 통증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25)
단지 이러한 정신적 통증 가설은 회복될 수 있는 슬픔이나 우울은 잘 설명할 수 있는 반면에 자살이나, 극복되지 않는 극심한 우울장애에 대해서는 모순을 나타낸다. 정신적 고통은 고통을 일으키는 특정 상황이 향후 피해야 할 자극임을 개체에게 가르쳐 주는 것인데, 정신병적 우울증이나 자살은 향후의 기회 자체를 박탈한다는 의미에서 개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산후우울증은 출산이 유전적인 번성에 필수 불가결한 과정이며 결코 피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리적 고통가설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사회적 순위 가설(Social rank hypothesis)
이 가설은 우울증 환자들이 보이는 양상이 순위싸움에서 밀려난 동물에서 나타나는 행동반응과 유사하다는데서 유추되었다. 즉 우울증은 일종의 복종 반응이며 사회적인 순위 다툼에서 패배하였을 때 나타나는 무력감, 절망, 열등감 등은 상위 개체에 대하여 공격성을 나타내지 않게 하고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게 하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진화적인 적응으로 나타난 것이며 수의적인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Involuntary Defeat Strategy라고 불리기도 한다.26) 개체로 하여금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지속적인 도전과 공격적인 행동을 함으로써 입을 수 있는 추가적인 해를 피하고 후일을 도모하는 긍정적인 기능이며, 이러한 기능은 인지적인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개체에 내재되어 있는 본능적 기능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이 가설은 현실적으로 우울반응이 권력을 잃었을 때 또는 경쟁에서 좌절했을 때 잘 나타나는 반응과 유사하다는 측면에서 일리가 있다.26)27) 그러나 이러한 가설은 자살이란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 즉 항복을 하는 것은 현실적인 이득이 있으나 그렇다고 자살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심한 주요우울장애도 마찬가지로 납득하기 어려운데, 항복을 하려면 빨리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더 이득일 텐데 치료하지 않은 우울반응이 그토록 오래 지속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지배와 복종과는 전혀 맞지 않는 상황, 즉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과 같은 상황에서도 우울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또한 산후 우울증 역시 지배와 복종이론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적 지위나 이성을 놓고 벌이는 경쟁과 패배의 상황에서 겪는 슬픔이나 무력감 또는 경도의 우울증까지는 비교적 잘 설명된다.
사회적 순위가설의 Involuntary Defeat Strategy의 목적을 광범위한 의미로 확장시키면, 소용없는 에너지 낭비를 줄이면서 당장의 화를 일단 피하고 주변 환경이 호전될 때까지 기다린다는 측면에서 손익계산 가설(profit and loss hypothesis)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으며, 그렇다면 돌아다녀 봤자 먹이를 찾기 힘든 겨울이나 기타 기아 상태가 일정기간 오래 지속될 때 동물에서 나타나는 우울반응까지도 설명할 수 있다. 앞의 심리적인 통증가설과는 달리 우울이나 슬픔이 피해야 할 부정적인 보상(punishment)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장기적인 이득을 위한 행동이라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포괄적합도 가설(Inclusive fitness hypothesis)

포괄적합도
포괄적합도란 고전적 적합도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적합도란 자연선택의 대상이 되는 개체의 유전적 적합성을 말하는 것으로, 고전적 적합도란 개체가 자신의 직접적인 생식적인 성공을 통하여 자손에게 유전자를 전달하게 되는 표현형으로 이에 성공할 확률을 높인다면 그것은 당시 환경에 대하여 자연선택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고전적 적합도에 국한된 설명으로는 많은 다양한 동물들의 행동이 설명이 되지 않고, 이타주의적인 행동의 세대 간 유전적 전달도 잘 설명되지 않는다. 이타주의적인 행동은 집단선택설에 의해서도 설명될 수 있으나, 이타주의자와 이기주의자가 동시에 존재하는 어떤 집단의 경우 그 집단 내에서의 이타주의자의 개체 수는 빠르게 소실되고, 세대를 거듭할수록 이기주의적인 개체의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집단선택설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유전자 단위에서의 자연선택설이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다.12)28)
즉 포괄적합도란 개체의 일차적인 성질이라기보다는 그 행동이 이차적으로 초래한 결과 또는 효과가 동일 유전자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가까운 친족에 의한 희생적인 행동은 동일한 유전자를 지닌 개체의 생존 확률을 증대시킨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부모가 자식에게 가지는 희생적인 행동인데 개체로 보면 이타주의지만 부모가 자식의 생존을 고려하지 않은 이기주의적인 행동을 벌일 때, 결국 자신의 유전자가 세대를 거듭하기 어려워진다는 측면에서는 유전자 단위의 이기주의가 작용한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유전적인 근친도가 가까울수록 희생적인 행동(유전자 단위의 이기적인 행동)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포괄적합도는 이처럼 어떤 개체의 행동이 유전적으로 가까운 개체들의 생식적 성공에 이바지함으로써 동일 유전자가 전체 풀 내에서 그 빈도가 증가하게 되는 효과까지 고려한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집단이기주의 가설의 약점을 극복하고 이타주의적인 행동 또한 진화적인 적응행동으로 자연선택에 적합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28)
우울증의 가능한 진화적인 가설 중 하나는 진화론의 포괄적합도 가설을 우울증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이 가설은 다소 급진적으로 들리고 사실의 여부와는 달리 감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힘들며, 윤리적인 논란 또한 발생시킬 수 있다는 여지가 있지만 앞의 두 가설과는 달리 심한 우울증 및 자살 현상까지도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세포예정사
포괄적합도 가설의 극단적인 예는 우울증상의 목적이 최종적으로는 개체를 사망에 이르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는 마치 세포예정사(programmed cell death, apoptosis)가 정상적인 과정이며 이로 인하여 개체가 이득을 보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정상적인 세포예정사는 매일 우리 몸에서 500~700억 개의 세포에서 나타나는데, 급성세포손상이 나타난 세포들에서 주로 나타난다. 만약 우리 몸에서 이러한 정상적인 세포사에 문제가 생긴다면 여러 가지 암, 자가면역질환, 기타 염증성질환 및 바이러스성 질환에 취약해진다.29) 따라서 이러한 정상적인 세포사는 필요한 것이며, 이러한 기능의 정상적인 작동에 문제가 생기면 개체의 생존에도 문제가 된다. 세포예정사는 주로 열, 방사선, 바이러스, 산소부족, 영양부족, 스트레스 호르몬 등의 자극이 있을 때 나타나게 된다. 세포를 개체로, 개체를 집단으로 확대한 것이 바로 예정자살 가설(programmed suicide hypothesis)이다.
세포예정사가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세포예정사는 단세포 생물에도 존재하며, 이때는 다세포 생물에서의 자살과 동일한 현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세포생물에서 나타나는 세포예정사의 이유는 논란에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개체의 밀도가 적정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는 설이 있다.30)
그러나 포괄적합도 가설은 자살이란 현상을 반드시 본능적인 행동으로 사전 프로그래밍된 것이라는 사실을 강요하진 않는다. 예정자살가설은 포괄적합도 가설의 한 극단일 뿐이며, 포괄적합도를 증가시키기 위한 성향이 유전되며 자살은 단지 이러한 성향의 인지적인 결정으로 실행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근거들
포괄적합도 가설은 진화심리학자들에서 주로 연구가 되었는데, 가설에 따라 포괄적합도에 대한 기여도가 현저히 감소하였을 때 자살이 증가할 것을 예측할 수 있는데, de Catanzaro31)는 건강이 좋지 않을수록, 가족에게 부담을 줄수록, 재정문제가 있을수록 자살생각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지지하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또한 친족에게 부담을 주거나 생식적인 잠재능력이 감소한 상황에서 자살 생각을 더 많이 한다는 다른 연구결과들도 있어32) 포괄적합도 가설을 지지하는 결과들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임상적으로는 선후관계나 인과관계 측면에서 이러한 결과들을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생리학적으로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ypothalamus-pituitary-adrenal axis, 이하 HPA axis)의 과활성이 우울증의 주요 병태생리중 하나로 생각되고 있는데,33) HPA axis를 억제성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해마에서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34) 우울증이 약물치료로서 회복되는 과정에서 해마에서의 신경세포생성이 증가되고 이러한 과정이 우울증의 회복에 중요한 기전으로 여겨지고 있다.34) 그런데 HPA axis의 활성화의 결과물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이러한 해마에 대하여 기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하는데(Fig. 1A), 이러한 기전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일반적인 음성되먹임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통상적인 음성되먹임은 Fig. 1B나 C와 같이 어떤 기관을 그 상위기관이 자극하면 하위기관의 부산물이 상위기관을 억제하거나, 아니면 상위기관이 하위기관을 억제하면 하위기관의 부산물이 상위기관을 자극해야 하위기관의 기능의 변동이 생겼을 때 상위기관이 하위기관을 일정범위 내에서 항상적으로 조절하게 된다. 그러나 HPA axis 조절은 이러한 항상성 유지와는 다르게 HPA axis 과활성의 부산물이 오히려 억제성 조절기능을 갖는 해마의 기능을 떨어뜨려 해마는 더욱더 HPA axis의 기능을 조절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작동방식은 일정수준 이상 HPA axis의 기능이 활성화되면 이에 대한 조절기능마저 점점 악화되어 파국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기능 방식은 목표가 파국이라고 해석할 수 있으며 일정 수준 이상의 스트레스 지속은 우울증을 초래하고 우울증의 지속되면 자살까지 도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우울증과 자살이 포괄적합도 증가를 위해 선택하게 되는 유전적 설계라는 사실을 지지하는 생리학적 기전이다.
포괄적합도 가설에 의하면 자살이 많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추정할 수 있는데, 주위에 있는 개체들의 유전적인 유사성이 클수록 자살성향도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예측한다. 유전적으로 상이한 개체에 대한 수혜는 포괄적합도에 포함이 되지 않고 유사성이 클수록 그 수혜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 가설에 의하면 국민들의 유전적인 유사성이 큰 나라에서 다인종 국가들보다 높은 자살 빈도를 예측하고 있으며, 인구 밀도가 높은 나라에서 더 높은 자살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생식적인 활동의 빈도가 낮거나 제외된 상태의 개체, 즉 노인, 폐경기 이후의 여성, 혼자 고립되어 지내는 사람 등에서 우울증이나 자살률이 더 높을 것을 예측한다. 이와 함께 집단적인 부담을 증가시켜 포괄적합도를 낮출 수 있는 운동부족 또는 햇빛부족(일을 안 하거나 못하는 상태), 질병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서 더 높은 우울증과 자살률을 예측한다.
이 가설은 우울증의 예방이나 치료 방향도 제시하고 있는데, 가설에 따라 포괄적합도를 증가시키는 행위를 한다면 우울증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예측할 수 있다. 현재의 사회문화적인 상황이 인류 진화에 이미 반영된 것은 아니므로 햇빛과 운동은 문명이전의 시기를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사냥 또는 일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으므로 포괄적합도를 증가시키는 행위로 볼 수 있으며, 이는 광선치료나 운동요법이 이미 우울증 치료에 효과적으로 밝혀져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잘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질병이 아닌 건강상태를 유지하는 것, 생식적으로 폐쇄된 집단보다는 다인종 사회, 적절한 인구밀도 유지가 우울증이나 자살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사실들은 현재까지의 연구들로 어느 정도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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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우울증의 진화적인 의미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가설들을 살펴보았다. 그밖에 여러 가지 가설들이 있으나 저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개연성이 있는 가설들은 상기 3가지 정도이며, 다른 유사 가설들을 상기 3가지의 큰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분석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과 통합적인 입장에서 분류하는 것은 다소 차이가 있고 세부적인 면에 대해서도 다소 논란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통합적인 입장에서 분류를 해본다면 위와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상기 3가지는 심리적 통증 가설은 슬픔이나 우울이 부정적 보상이라는 이론이며, 사회적 순위가설은 이것이 부정적인 보상이 아닌 자체로 개체에 이득을 주는 일종의 계산적인 본능이라는 가설이며, 포괄적합도 가설은 우울증이 개체에 이득을 주지는 못하지만 포괄적합도를 증가시키는 행위라는 가설이라는 점에서 뚜렷하게 구분된다. 그러나 어떤 한 현상을 구분하는데 이러한 가설 하나하나가 맞고 틀리다고 볼 수는 없으며, 현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관점일 뿐이며 하나의 현상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 이러한 관점들이 모두 옳은 설명을 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갓난아기의 울음은 배고픔이란 자극에서 오는 정신적 고통이고 이러한 상태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면 심리적 통증 가설로 설명될 수도 있으나, 아기의 울음은 보호자에게서 특정한 감정반응과 행동을 유발시켜 아기의 생존을 돕는다는 측면에서는 아기의 울음과 고통이 부정적인 보상이 아닌 긍정적인 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 또한 산후우울증의 경우 배우자의 부정적인 측면이나 기타 부정적인 양육환경을 피하려는 정신적 고통 가설로 설명할 수 있는 측면도 있을 수 있으며, 손익계산 측면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 여지도 동시에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가설들이 상호 배타적인 것은 아니며, 단지 상황에 따라 특정 감정반응 및 행동들이 어떠한 면에서 이점을 주는지 설명할 뿐이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슬픔, 우울이라는 정상 수준에서의 감정 반응이 개체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음은 분명하며, 우울증과 자살 수준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은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체로 상기의 가설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인간의 감정이나 행동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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